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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낯섦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20년 10월 21일 완독

“좋은 교육은 부자와 빈자의 차이를 없앤다!” 파즐 씨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공부를 잘하면 졸업해서 너희도 부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공부를 잘하면 너희가 얼마나 가난한지 표시가 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려던 걸까? 메블루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 95

메블루트는 가끔 우리 둘 중 한 명에게 가게에서 조수한테 지시하는 사장처럼 “저 컵 좀 치워.”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한테 한 말이면 왜 나만 시키고 사미하는 시키지 않지 하고 화가 난다. 사미하한테 한 말이면 저 애가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군 하며 짜증이 인다. – 450

다양한 비석들, 뒤에 선 사이프러스 나무들, 다른 모든 나무와 풀들, 하늘에서 내리쬐는 비츠이 모습이 <이르샤드>에서 보고 라이하와 함께 오려 동서지간 벽에 걸어 놓았던 그림과 똑같았다. 이는 과거에 경험한 순간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 481

사둘라흐 씨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장인?” 그는 때로 놀리려고(메블루트는 이를 종종 알아챘다.). 때로 보자 일에 대한 그 고집과 기술을 존경하는 마음(메블루트는 모른 척했다.)에서 메블루트를 이렇게 불렀다. – 569

쉴레이만의 발코니에서 보았던 저 먼 마천루들이 <이르샤드>에 실린 그림에 있던 비석을 닮은 것도 그의 상상일지 모른다. 십팔 년 전 손목시계를 부자 강도에게 강탈당한 뒤로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 631

터키 이스탄불이 배경이 된 소설.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읽었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기에 언제 읽어야할지 몰라 미루고 있다가 손에 잡은김에 사흘동안 한 번에 읽을 수 있었다. 이스탄불의 현대사에 대한 이야기. 한 가족과 또 다른 한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진행하며 터키의 정치와 쿠데타, 대지진등을 골고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루고 있다.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불법과 탈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그것들과 많이 닮아있기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종교, 문화에 대한 것들은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주인공 메르하트는 어쩌면 지금을 살고있는 사람들의 표상일지도 몰랐다.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기보다는 주어진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사람. 밤에 만나서 첫 눈에 반했던 사미하가 아니었음을 이내 눈치챘지만 그대로 라이하와 결혼해서 행복을 찾았던 사람.

그나저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스탄불이 무척 궁금해졌다. 보자장수들이 누비던 밤의 뒷골목도 누비고 싶었고 그들과 함께 숨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도대체 보자는 어떤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