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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열린책들
2020년 8월 11일 완독

나는 판치토의 무덤을 찾았다. 거기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성큼 다가선 초겨울 날씨에 속절없이 출렁이고 있는 회색 빛 바다를 바라보았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돌고래들이 뛰어놀았을 그 바다를. – 145

“그건 상관없소.” 기장은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일축했다.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밑에 있으니, 나머지는 쥐뿔도 못 되는 것들이오.” – 193

버스에서 내리자 정오의 햇살이 마치 작대기로 패듯 내리쬐고 있었다. – 203

순간, 노인의 시선이 나의 살갗을 뚫고 있었다. 나의 뼈마디 하나하나를 살피던 그의 눈길이 문밖으로, 거리로, 저 언덕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고 있었다. 나무에서 나무로, 올리브유 방울방울로, 포도 가지의 그림자로, 지워진 과거의 흔적과 흔적으로, 노래와 노래로, 불길한 시간에 희생된 투우와 투우로, 햇빛이 내려앉는 곳으로, 경작지 앞에서 뻔뻔스럽게 버티고 서 있던 삼각 모자를 쓴 군인들 사이로, 멀리서 들려 오는 소식과 소식으로, 세상에 도착도 못한 그 편지와 편지로, 끝없이 지속되었던 침묵과 침묵으로……. – 216

우연히 알게된 책.
지역 도서관엔 존재하지 않았고 옆 동네 도서관에 소장 중이었지만 내가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간절했던 책. 그래서 검색에 또 검색을 했으나 이미 절판된지 10여년. 중고서적 사이트를 뒤지고 또 뒤졌지만 전혀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전문 중고서점에 헌 책이 올라왔는데 출간 당시의 책 가격의 두 배. 정확히 두 배의 가격.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덜어내기를 수차례. 결국 포기.
며칠 전, 잠들기전 혹여나 하는 생각에 검색해보니 알라딘 중고매장 대학로점에 한 권이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대학로로 직행! 
너무나 어렵게 구한 책이라 소중하게 소중하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읽었다.

아! 파타고니아.
검은 돌 산과 그 위에 올라가 있는 흰색 만년설, 그 아래에 깔려있는 흰 색 조각 구름. 구리빛 살갗이 저 산을 넘어온 바람에 갈라지고 터져 뽀얗게 먼지가 내려 앉은 것 같은 빨간 볼을 가지고 있는 검은 머리칼의 사람들. 옛적 우리나라 아궁이와 비슷한 모습의 화덕에서 감자 따위를 꺼내 주식으로 삼고 있는 독특한 모습의 염소와 갈비뼈가 드러난 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의 사람들.
막연한 파타고니아는 그런 모습이었다. 
왜 이 책을 그리 보고 싶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수많은 지명이 나오고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에 매료 되었을지도……, 지도를 열어 지명을 찾아가며 책을 읽다가 그짓은 책을 다시 읽을 떄에 하기로, 아니 파타고니아의 여행을 목전에 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파타고니아가 간절해졌다.
파타고니아에 가면 내가 있을것 같다. 

책을 읽고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루이스 세풀베다가 쓴 책을 살펴봤다. 예전 도서관에서 봤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가 작가가 쓴 책이었다. 묘한 느낌을 가져다준 동화같았던 소설이었는데, 지금 내가 그의 장편 소설을 읽게된 것이 우연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는데 얼마전 4월에 사망했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증으로……. 이 또한 필연인 것인지…….
아직도 세상엔 내 머리로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