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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인류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

티모시 C. 와인가드 지음, 서종민 옮김 – Connecting 출판
2020년 6월 25일 완독

역사라는 창고는 라벨 붙은 박스별로 정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사건들이 각각 고립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건들은 보다 넓은 스펙트럼상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 에피소드가 한 가지 사실만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은 그보다 거대한 역사적 내러티브 안에서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영향력과 폭포처럼 쏟아지는 인과관계의 결과물로 탄생한다. – 26

절박한 시기는 늘 자포자기식 조치를 취하게 한다. – 53

이로 인해 전 세계 문화에서 국화가 가지는 상징성이 편향되고 말았다. 모기 매개 질병 감염률이 높았던 국가에서는 죽음 및 슬픔과 관련된 의미를 가지거나 장례식 혹은 무덤에 놓는 꽃으로만 취급된 반면, 대체로 모기 매개 질병을 겪지 않았던 지역에서는 사랑과 즐거움, 활력을 의미한다. – 60

19세기 말까지도 관찰자와 기록자 그리고 의학 전문가들은 말라리아를 비롯한 질병들이 고인 늪과 습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해한 가스와 썩어가는 쓰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탈리아어로 ‘나쁜 공기’라는 뜻의 ‘말라리아’라는 이름도 이 때문에 탄생한 것이다. – 102

알렉산드로스의 최측근들은 그가 보인 질병의 양상을 순서대로 상세히 기록했고, 왕실 일지(Royal Diaries 혹은 Royal Journal)에도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기록들을 보면 알렉산드로스가 첫 증상을 보였을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12일이 걸렸다는 점이 일관적이고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알렉산드로스가 유해한 늪지대를 건너 바빌로니아에 입성한 시점, 증상을 보인 시점과 발열 주기 그리고 죽음에 이른 시점까지 모든 것이 열대열말라리아를 가리킨다. 전설적인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렇게 기원전 323년 6월 11일,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작은 모기 때문에 32세의 나이로 단명했다. – 118

오랜 세월 동안 그의 사망 원인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었으나 그를 뒷받침할 신빙성과 근거는 충분치 않다. – 119 // 매번이 ‘추측컨대’, ‘확실하지는 않다.’, ‘입증할 수는 없으나’ 로 시작되는, 정설이 아닌 것으로…..

모기가 뒷받침한 로마의 승리는 공간과 시간 모두에 걸쳐 헤아릴 수 없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이때부터 융성하기 시작한 그리스, 로마 문화는 이후 700년 동안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을 뒤덮었으며, 인류 문명과 서양 문화의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에도 세계는 여전히 모기가 드리운 로마 제국의 그림자 아래에 살고 있다. 현재 수많은 국가가 라틴어 기반이거나 라틴어의 영향을 크게 받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다수의 법체계 및 정치체제가 로마법과 민주주의 공화정을 따르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박해했으나 이후 유럽 전역에 기독교를 전파한 것도 로마 제국이다. – 137

콜럼버스는 세계가 매우 작으며 지구 대부분이(정확히 말하자면 7분의 6이) 육지도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콜럼버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옳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고집스럽게 틀렸기 때문이다.” 작가이자 퓰리쳐상 수상자인 저널리스트 토니 호르위츠Tony Horwitz의 평이다. – 222

콜럼버스의 교환이라는 용어는 역사가 알프레드 W. 크로스비가 1972년 펴낸 역작 [콜럼버스의 교환 : 1492년의 생물학적, 문화적 결과 The Columbian Exchange : Biological and Cultural Consequences of 1492]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이 저서에서 크로스비는 콜럼버스의 항해를 시작으로 자연사와 인간사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상호 교환이 발생하면서 우연에 의해서든 계획에 의해서든 전 지구의 생태계가 영구적으로 재배열 되었다고 설명했다. – 223

말라리아는 HIV바이러스 복제를 증가시키는 한편, HIV는 면역계를 약화시켜 말라리아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 설상가상인 셈이다. 연구자들은 1980년 이래 아프리카 내 1백만 건 이상의 말라리아 감염이 HIV 때문이라고 추정하며, 말라리아가 HIV 생식을 촉진한 탓에 HIV에 감염된 건수도 1만 건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 627

괴로움과 고통을 당하는 이들에게 말라리아와 이에 대한 유전적 방어 장치, HIV 그리고 결핵은 한 팀을 이루어 상호 협조하는 악당들이다. – 627

그러나 우리는 목표를 신중하게 설정해야 한다. 만일 얼룩날개모기와 숲모기, 집모기를 비롯한 질병 매개 모기들을 멸절한다면, 다른 종의 모기나 여타 곤충이 생태계의 틈새를 채우고 동물원성감염의 간극을 메워 계속 질별을 전파하지는 않을까? 모기 혹은 여타 동물의 멸절 또는 오래전 멸종된 동물의 부활은 힘의 균형과 대자연의 생물학적 평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어느 종이 전 지구적 생테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탓에 그대로 멸종시켜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사태는 어디서 끝을 맺을 것인가? 도덕적으로 혼란스럽고 생물학적으로 모호한 질문에 그 누구도 아직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 641

찰스 다윈은 1859년 획기적인 저서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에서 “자연선택은 늘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힘이다. 자연의 작품은 예술 작품에 비해 그러하듯, 인간의 미약한 노력에 비하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하다”고 말했다. 다윈 씨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유전자가위 또한 일종의 자연선택이라 생각한다. – 648

모기와 인류의 역사를 함께 병행해서 비교한 점은 참신했다. 다만 이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보다는 인류가 지금까지 지내왔던 역사의 모든 곳에 모기가 있었고 모기가 옮기는 질병인 말라리아나 황열병 등으로 인해 전쟁의 승패가 나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과장이 있지는 않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다.

책은 제법 두껍고(약 700페이지) 기원전 약 2000년, 아니 그 이전부터 있었던 모기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시작을 하면서 2차대전 이후 근래까지의 인류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하다보니 과연 이 책이 모기에 대한 책인것인지 인류의 역사에 대한 책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책의 말미에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자료를 수집하고 출판할때까지 엄청난 양의 공부를 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