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닫기

어쩌다 세계여행 – 이탈리아 시칠리아

2019년 11월 19일 ~ 11월 22일

영화 시네마천국의 촬영지인 팔라쪼 아드리아노를 꼭 들러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시칠리아를 일정에 넣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시네마천국의 촬영지는 고사하고 시칠리아의 제일 큰 도시인 팔레르모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다음 여행지인 파리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코감기와 목감기에 몸살, 오한이 겹쳐서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조금 싸한 느낌이 들면서 기침이 조금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응급조치로 타이레놀을 먹던가 근처 약국에 들러서 작은 알약이라도 먹고 응급조치를 취했어야 했어야 했는데, 내 자신을 지나치게 믿었던 탓일까? 야간열차를 타고 팔레르모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뻗어버렸다. 

열이 오르면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잠자면서 입었던 옷과 이불이 푹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고, 입맛도 없고 말 그대로 몸살 감기에 제대로 걸려버렸다. 코감기와 목감기가 동시에 걸려버리면서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던 중이염이 재발을 했다. 왼쪽 귀가 먹먹해졌고 물 속에 들어가서 듣는 소리처럼 들리는 증상이 시작이 되었다. 와이프는 여행 중에 거의 매일 맥주를 마신 탓이라며 옳은소리 폭격을 했고, 결국 시칠리아에서는 팔레르모 근처만 돌아 보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해야했다. 

열차를 배에 싣고 바다를 건너는 기이한 장면을 함께 했다.

로마에서 열차를 타고 시칠리아로 가는 중에 참으로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메시나(Messina) 해협, 즉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 사이에 있는 해협을 건너게 되는데 여행일정을 세우는 동안에는 아마도 터널이나 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커다란 배에 기차를 싣고 바다를 건너게 되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장관인지 새벽에 부랴부랴 일어나서 사진 촬영을 했다.   

밤 9시 경에 출발을 했고 도착을 하니 낮 1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팔레르모 역에 도착하니 나를 반기지 않는 것인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컨디션도 좋지 않고 비가오니 기분이 더 우울해졌다. 여행 중에는 항상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되었다. 

다행히 숙소는 팔레르모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에 예약을 해 두었기에 어렵지 않았다. 일찍 숙소에 들어가서 잠을 실컷 자고 나면 컨디션이 조금 좋아지겠다 싶었는데, 우리가 도착을 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을 사랑하는 주인 아주머니 Sandra를 만났다.

넉넉한 인심 좋게 생긴 Sandra 아주머니는 우리를 아주 격하게 환영해 주었고, 영화 시네마천국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자신도 그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가까운 촬영지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Sandra 아주머니는 청소를 마무리 해야했기에 일단 짐은 숙소에 맡겨두고 잠시 밖으로 나와 거리를 돌아 보았다. 숙소 바로 인근에는 커다란 재래 시장이 있었는데, 과일과 채소가 참 많이 보였고 섬 답게 해산물도 참 많이 팔고 있었다. 무엇보다 홍시를 팔고 있길래 감기로 고생하는 나에게 좋을것 같았고, 우리나라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무뚝뚝한 아저씨가 우리에게 커다란 홍시 하나를 반으로 나눠서 먹어보라며 권해주기도 하고, 자두도 맛있다면서 먹어 보라고 건네주기도 했다. 역시 대도시의 인심보다는 시골인심이 더 좋다는 생각을 했고, 무뚝뚝한 표정의 시칠리아 사람들의 속 마음은 따뜻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민자들의 표정도 로마보다는 훨씬 좋아보여서 시칠리아의 느낌은 따뜻하게 다가왔다. 다만 시골이다보니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항상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야했다.  

시칠리아의 일정은 3박 4일이었는데 도착한 첫 날은 컨디션 난조로 그대로 잠을 자버렸고, 둘째날 역시 계속 잠을 자다가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Sandra 아주머니가 알려준 팔레르모와 가장 가까운 영화 시네마천국 촬영지를 다녀왔다. 열차를 타고 20분 정도, 걸어서 20분정도 걸려 도착한 장소인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귀찮았던 탓인지 사유지이니 들어가지 말라는 표시가 있었고 펜스를 쳐두어서 멀리서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곳과 가까운 기차역이 S. Flavia 역인데, 도착해서는 역의 뒷편으로 나가서 영화 촬영장소를 찾아갔고 돌아오는 길에는 역의 정면으로 돌아가보았다. 기차역 바로 앞에 태권도 학원이 있길래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었더니 안에서 사범님이 나와서 들어 오라며 손짓을 했고 실내를 구경할 수 있었다.

시칠리아가 워낙에 시골인데다가 팔레르모에서도 더 떨어져있는 시골이다보니 학생이 전혀 없었다. 우리를 반겨준 사범님은 미국에서 태권도를 배웠다고 했고 자신의 사부님이 Lee라며 도장 이름을 태권도 리라고 지었다며 장식해둔 트로피를 소개해주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시골 어딘가에서 만난 태권도

태권도장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학생이 없다보니 조금은 휑한 느낌이 들었다. 

여행 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좋으니 찾아오라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태권도를 배워서 이렇게 너무 작은 도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고 자신에게 한국은 정말 고마운 나라라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나는 이런 곳에서 태권도를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인사를 건네고 열차시간이 다가와서 악수를 하며 헤어졌다.

팔레르모 오페라하우스는 이탈리아 최대 규모이다

팔레르모 성당과 이탈리아에서 가장 크다는 오페라하우스를 들렀는데, 유럽의 건축물들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것인지 별반 다른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아마도 제대로 정보를 숙지하지 못한 탓이 클것 같다. 아는만큼 보이는게 여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칠리아에 들어올때는 오로지 시네마천국에 초점이 맞춰서 있었기에 다른 장소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 상태였다. 컨디션이 좋지않아 시네마천국의 촬영지인 팔라쪼 아드리아노는 갈 수 없었기 때문에 팔레르모 인근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미리 숙지를 하지 못했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확인하는 방법 뿐이었다.  

팔레르모 대성당의 내부는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성당은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봐왔던 성당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고딕양식의 성당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성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독특해서 였을까? 혹은 성당과 옆의 부속건물을 이어주는 아치형 다리가 있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시칠리아 숙소는 정말 예쁜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가는 곳이기에 어떤 곳에,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조금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는 법이다. 이번 숙소는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도 넉넉했고, 시네마천국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펼쳐드는 모습이 조금은 귀엽기도 했다.

시칠리아 숙소의 테라스는 너무 예쁘고 아담했다

숙소는 우리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이 있었고 침대도 아주 편안했다. 무엇보다 작은 테라스가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비록 마지막 날 단 한 번이었지만 그 곳에 앉아서 모닝커피를 마시는 여유가 너무 좋았다.  

시네마천국의 토토와 알프레도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에 대해서는 온전히 컨디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내스스로를 탓하며, 아쉽지만 시칠리아는 다음에 꼭 다시 여행하기로 다짐을 하고 다음 여행지인 파리로 이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