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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세계여행 – 인도네시아 길리트라왕안 편

2019년 9월 25일 ~ 10월 2일

느낌으로는 열흘이 지난간것 같은 자카르타의 5일이 지났다. 그리고 미리 일정을 세워두었던 스쿠버 다이빙 Advanced Open Water 자격을 따기 위해서 한인 다이빙업체가 있는 길리 트라왕안으로 이동했다.

인도네시아 한인 다이빙은 선샤인다이브에서

자카르타에서 롬복까지 항공편을 이용했고, 롬복에서 길리트라왕안까지는 사설업체를 이용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롬복공항에서 길리트라왕안까지 순간이동”이라고 홍보를 하는 업체를 선택했고, 아내와 나는 이제 막 시작한 여행에 조금은 피곤을 느끼고 있던터라 비용이 조금 발생하더라도 빠른 이동수단을 선택했다.

롬복공항에 도착하니 역시 엄청난 숫자의 택시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내가 가려는 길리트라왕안을 잠시 기록해 두자면 발리섬 옆에 롬복이라는 섬이 있고, 그 섬 북쪽에 길리 3형제 섬이 있다. 길리 트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 세 개의 섬중에 가장 큰 섬이 트라왕안인데 예전 TV프로그램인 윤식당의 촬영지로 더 유명한 곳이다.

길리 트라왕안에 대중적인 방법으로 입도하는 방법이 몇가지 있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루트는 발리섬 중동부에 있는 빠당바이 항구에서 고속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배도 많도 선사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 다음이 롬복공항에서 자동차로 롬복의 북쪽에 있는 방살항구로 이동하고 그 다음에 그 곳에서 퍼블릭보트를 이용한다. 방살항구에서는 스피드보트도 있는데 이는 조금 더 비싼 방법이다. 스피드보트는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보트를 이용해서 승객을 이동시켜주는 방법인것 같다. 마치 승용차로 택시영업을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가 이동한 방법은 롬복공항에서 기사가 딸려있는 차를 타고 그 기사가 바로 방살항구 인근의 선착장으로 이동하고, 그 후에 개별 스피드보트를 타고 길리 트라왕안으로 들어갔다. 롬복공항에서 출발한지 1시간 40분정도 걸린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위 이야기하는 나라시택시를 타고, 나라시 보트를 타고 길리트라왕안에 들어간 셈이다.

이 글을 쓰는 현재 길리 트라왕안의 선착장은 공사중이다. 해변을 임시로 사용 중이다

길리 트라왕안에서 2곳의 숙소에 묵었는데, 첫 숙소는 홈스테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곳이다. 다이빙 샵과 가깝기도 했고, 항구에서도 가까워서 결정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조식까지 방으로 배달해 주는 곳인데 가격에 비하면 아주 훌륭한 곳이라 생각된다.

길리트라왕안은 우리가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던 필리핀의 보라카이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조금더 시골의 느낌이 강했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자전거를 이용하면 40분 정도걸리는 크기이고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오지도, 자동차가 있지도 않은 곳이다. 당연히 모터사이클도 없다. 가끔 보이는 이륜차는 모두 전동스쿠터이고 개인들의 이동은 자전거와 도보, 그리고 짐을 옮기는데에는 치도모라고 부르는 마차를 이용한다. 승객의 이동도, 섬 내의 건설자재, 음식자재 등의 이동도 모두 마차로 한다.

마차라해서 우습게 생각하면 안되는게 가격이 제법 비싼편이다. 또한 흥정을 하기는 어려운 시스템이다. 위치나 거리별로 거의 금액이 고정이 되어있다. 8일동안 머물면서 마차를 두 번 이용했는데, 첫 번째는 숙소를 옮길 때와 마지막으로 체크아웃하고 섬을 나올때 이용을 했다. 첫 번째는 섬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거리였는데 200,000루피아, 우리돈으로 약 17,000원으로 이동을 했고 두 번째는 150,000루피아, 약 13,000원을 줘야했다. 자카르타의 택시비와 비교해도 엄청나게 비싼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짐을가지고 그 더위와 태양아래에서 걸어서 이동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니 비싸도 이용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수익의 일부가 섬의 자연을 보고하고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을 살리는데도 사용한다하니 좋은 기분으로 마차를 이용했다. 다만 아내는 말들이 불쌍하다며 다시는 마차를 타고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길리 트라왕안의 마차. 사람도 짐도 화물도 마차를 이용한다.

다이빙 샵, 선샤인다이브 에서 나를 Advanced Open Water로 이끌어줄 강사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다음 날부터 바로 다이빙을 시작하기로 했다. 1년 전에 푸켓에서 Open Water(OW)자격을 취득하고 이제야 그 다음단계인 Advanced Open Water(AOW)를 취득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총 다섯 번의 다이빙을 했는데, 물고기 식별, 딥 다이빙, 야간 다이빙, 수중항법, 수중촬영의 다섯 가지 스킬을 익혔다. 첫 다이빙에서 실력을 인정 받아서 두 번째 다이빙부터는 방수팩을 끼워서 내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 직접 수중을 촬영할 수도 있었다. 당연히 물속에서의 행동이 아주 익숙하지는 않기에 마구 흔들리기도하고 내가 원하는 앵글과 구도로 촬영하지 못했지만, 내가 물 속에서 본 것들을 그대로 촬영해서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게 뿌듯했다.

여행을 준비할 때의 계획은 라이센스를 취득한 후에 펀 다이빙을 몇차례 하려고 계획했었지만, 체력이 떨어진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이빙은 여행 중에 또 기회가 있으리라는 판단을 했다. 이번 다이빙에서는 바다거북을 비록해서 상어도 보았고 당연히 많은 수중 동물을 볼 수 있었다. 물도 잔잔해서 너무 좋았다. 글을 쓰는 지금, 벌써 열흘이나 지났는데 조금 무리해서라도 다이빙을 몇차례 더 할걸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번 여행 중에 기회가 되면 반드시 다이빙을 몇차례 더 해야겠다. 그래도 이제 최대 수심 30m까지 잠수가 가능한 사람이 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내가 촬영한 다이빙 영상 편집, 일부러 음악은 넣지 않았다

길리 트라왕안은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남자든 여자든 거의 헐벗고 다닌다. 수영복만 입고 돌아다니다가 길에 있는 바에 앉아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앉아있다가 수영하다가 돌아다니다가, 밤이 되면 쿵쿵거리는 음악에 맞춰서 다들 흔들고 춤을 춘다. 나의 20대는 무엇을 하며 시간이 지나가버렸는지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때의 나는 하루를 살아낸다는게 너무나 힘든 시기였고, 신혼여행을 가기 전까지는 내 인생에 해외여행이라는게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하던 때 였기에 아쉬운 마음만 가지고 돌아섰다.

윤식당 촬영지를 두어번 들렀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하기도 하고 지나는 길에 밥도 먹어야겠기에 들렀었다. 방송 후에 그 셋트 그대로 한국인이 인수를 해서 운영을 하다가 TvN과 CJ엔터테이먼트 측에서 저작권(?) 시비로 소송을 걸어와서 윤식당의 간판을 내리고 본인의 이름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라면이 먹고싶어 윤식당을 찾았는데, 전날까지만해도 음식을 먹었던 자리가 휑~하더라. 간판도 사라지고 셔터도 내려가있고, 가게 앞에는 몇몇 한국 여행객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날 하루만 쉬는게 아니라 간판이 사라지고 해변에 내 놓은 테이블도 사라진걸보니 폐업을 한게 아닌가 싶다. 신기한건 내가 그 곳에 있던 시기에 폐업을 해버렸다는게, 그 작은 역사의 현장에 내가 함께 했다는건 또 다른 신기한 경험이다.여행은 경험의 연속이고 그 경험의 기록이다.

윤식당 촬영지는 이 글을 쓰는 지금 폐업했다

두 번째 숙소로 이동을 했는데, 사실 그 숙소는 자카르타에 있으면서 맥주를 한 잔하고 와이프와 기분이 엄청나게 좋은 상태에서 예약을 했는데, 그 바람에 말도 안되는 높은 가격의 숙소를 잡아버렸다. 배낭여행자에게 1박에 10만원이 넘는 가격의 숙소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물론 그 가격만큼의 기가막히게 좋은 뷰와 서비스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말도 안되는 숙소를 예약해버렸다. 두 번째 숙소에서 1박을 하는 금액이면 첫 번째 숙소에서 5박을 할 수 있는 금액이다. 두 번째 숙소에 체크인을 하는데 매니져라는 사람이 프랑스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데 그것도 말을 엄청 빨리하길래 나 영어 잘 못하니까 천천히 해 달라고 얘기를 전했는데, 그 다음날 숙소에서 마주쳤을때도 여전히 말을 빨리하길래 그 다음부터는 눈인사만 하고 지냈다. 두 번째 숙소는 섬의 서쪽편이 있는데 일몰이 제법 근사하게 보였다. 저녁시간이 되면 주변의 여행자들이 나와서 비치에 앉아 식사도 하고 맥주도 마시면서 일몰을 감상하고, 해변에서 승마를 하는 사람들도 나와서 아주 평화롭고 분위기는 끝내주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길리에서 빈둥거리는 일상이 끝나고 인도네시아를 떠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섬을 떠나는게 아쉽다거나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얼른 이 섬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것 같다. 모바일을 비롯한 통신 속도도 말도 안되게 느렸고, 내가 머무는 8일 동안 섬 전체의 정전이 5번은 족히 되었던것 같다. 정전이 되버리니 통신도 안되고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작동이 되지 않으니 그늘을 찾아 드러누워 있는 방법 뿐이었다.

섬에 갇혀있다는 느낌도 크게 작용을 한 것같고, 매끼 식사때마다 무얼 먹을지 결정하는 것도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비상식량으로 준비해간 인스턴트 누룽지와 분말 된장찌개를 섞어서 끓여먹기도 했고, 너무나 간단하게 근처 가게에서 컵라면을 먹기도 했다.

섬을 나가서 발리 공항 근처에서 1박을 하고 아침일찍 방콕을 향해 떠나는 항공권을 예약해 두었기에 발리는 스치듯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길리트라왕안보다는 발리가 한국에서의 접근성이 좋기에 기회가 되면 다시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2 Comments

  1. 수나

    뒤돌아봐도 참…첨으로 느긋하고도 느릿느릿 기어서 다녀본 여행이었어요. 시간에 떠밀려 다니는게 아니어서 너무 달콤한 소중한 우리의 시간…고마워요 자갸^^ 함께 여행해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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