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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세계여행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편

출발을 했다.

10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계획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창한 말이라 어떤 말을 붙여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행이니 계획을 세워서 아내와 함께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막연히 장기여행을 하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많이 한다는 “OO에 한 달 살기를 할까?”하는 이야기도 나눠보고, 어디가 좋다더라하는 이야기도 나누다가 결국 이곳 저곳을 기약없이 유랑민처럼 떠돌아 다녀보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 첫 시작은 바로 인도네시아.

먼나라이자 외국의 대명사인 미국보다도 내 기억에 처음으로 인도네시아가 각인이 되어있는 이유는 아버지께서 해외근로자로 파견나가 일을 하셨던 곳이고, 어릴적 아버지의 사진과 그 배경을 보면서 바나나 나무가 자라고 야자나무가 있는 아주 더운 곳이라는 설명을 들어서 많이 들어서 그런것 같다.

첫 여행지를 인도네시아로 정하고난 후에 집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유품인 슬라이드 필름이 잔뜩 들어있는 박스를 꺼내보게 되었고, 여행의 시작을 인도네시아에서 해야겠다는 결정에는 다른 망설임이 없었다. 아버지께서 사진을 찍었던 그 자리에서 나 역시 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계셨더라면 더 좋을것 같다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하며 아버지를 기억해 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자카르타행 편도 항공권을 준비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인천공항의 체크인 카운터에서 바로 문제가 생겼다.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는 항공권이나 인도네시아를 출국하는 항공권이 없으면 체크인을 못해준다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보다 더 큰 소리를 들었다.

우리의 일정은 자카르타에서 4일정도, 자카르타에서 롬복으로 비행기로 이동하고 롬복에서 길리트라왕안으로 입도, 그 후에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그 이후의 일정을 수립할 생각이었는데, 출발하자마자 아니 출발을 하기도 전에 출발을 못하게 되어버렸다.

부랴부랴 핸드폰으로 인도네시아 출국 항공권을 발권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는 항공권을 급하게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출발은 해야겠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때그때 이동일정을 정하는 일이 생각대로 되지않았다.

여행은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의 연속임이 틀림없다.

자카르타에는 동창 녀석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사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곳이기도 했고, 누가 뭐래도 인도네시아의 수도이다보니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마침 한 친구의 가족들이 한국에 잠시 들어오는 일정과 우연히 맞게되어 그 친구집에서 공짜로 숙박을 하기로 했고, 친구들이 마중나오기로 했다.

공항에서 만난 세 명의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바로 저녁식사하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Tugu Kunstkring Paleis라는 이름의 인도네시아 현지식을 파는 곳이다. 제법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커다란 그림도 걸려있었다. 예전에 관공서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서 식당과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런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공연을 보며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게될 줄이야.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숙소로 사용하게될 친구녀석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자카르타는 세계 3대 교통지옥이다

자카르타는 세계 3대 교통지옥이라 불린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내가 경험한 최악의 교통지옥이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섞여서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다. 차선은 분명 편도 1차선인데, 승용차 2대가 동시에 진입을하고 그 양쪽과 승용차 사이로 오토바이 3대가 동시에 지나간다. 그러면서도 아주 사소한 접촉사고조차 나지 않는게 신기하다.

운전을 못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자카르타에서는 도저히 운전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의 규칙은 가지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와는 통행방법이 반대로 되어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우회전하는 것처럼 자카르타에서는 좌회전을 하게되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오는 자동차와 아주 작은 틈만 보여도 그 사이를 파고드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도무지 좌회전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경우에 그 교차로에 서서 좌회전하는 운전자를 위해서 교통을 잠시 차단해주고 동전을 한 개 받아가는 – 합법적인지 않은 방법의 앵벌이(?) 정도 – 사람들이 군데군데 서 있기도 한다. 물론 유턴신호도 존재하지 않기에 아주 혼잡한 시간에 혼잡한 길에서의 유턴하는 자리에도 그 틈을 확보해주고 동전을 받으며 손으로 교통을 차단해 주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을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는 게 더 신기했다. 또한 클락션 소리도 아주 많이 들리지만 우리나라의 그것처럼 내가 화가나서 또는 상대에게 소리를 지르는 대신에 클락션을 울리는게 아니라, 내가 지나가니 조심하세요 하는 정도의 클락션을 울리는 느낌이었다.

친구집에서 함께 장을 보기도 했다. 친구가 된장찌개를 만들어준다 해서 걸어서 10분 정도거리에 있는 마트를 들렀는데, 우리나라의 시장이나 마트보다 더 다양한 과일과 익숙하지 않는 모양의 채소들이 흥미를 끌었다. 물론 가격은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28년만에 만난 친구와 옛적 이야기를 함께하고 조금은 어색해진 모습에 웃기도하면서 만났던 시간보다 훨씬더 긴 잊고지낸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밥도 먹고 우리를 데리고 이곳저곳 구경도 시켜준 친구가 너무나 고마웠다.

해외에 사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에게 신세를 진다는게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아무일도 아니지만 현지에 있는 당사자는 일상을 깨트려버리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었기에 친구가 자신의 한 켠을 내주었다는게 매일이 고마웠다.

친구네 집에서 4박을 하게 되었다.

자카르타에 있는 친구들과 또 저녁을 함께하였는데, 이번에는 한식을 먹게되었다. 식당이름이 청담식당. 차돌박이를 주문했는데 한국에서처럼 직접 구워서 먹는게 아니라 밖에서 종업원들이 구워서 다른 채소와 함께 한 입크기로 만들어주면 가만히 앉아서 먹기만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소주도 함께 마셨는데, 제법 비싼 가격에 소주를 마시니 넘어가는 소주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젖가락을 넣어둔 종이의 뒷면에는 젓가락질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써 있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첫 목표이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첫 번째의 여행지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와의 시간을 넘어선 조우이다. 아버지가 가지고 계시던 슬라이드 필름을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자카르타의 친구에게 보냈고, 친구는 그 자리가 어디인지 대번에 알려주었다. 나는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으려 했다.

처음에 갔던 자카르타 모나스. 독립기념탑이라하는데, 어릴적 아버지의 이야기로는 저 탑위에 황금이 있고 그 황금의 무게가 1톤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지금와서 확인해보니 상당량의 순금을 도금해 둔것이라고 설명이 되었었다.

민속박물관인 따만미니라 불리는 곳이다. 이 곳을 찾기위해서 친구와 친구의 인도네시아 친구가 고생을 함께 해주었다. 정말 더운날이었고,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내가 들고간 사진을 들고다니면서 현지인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찾아주고 함께 동행해주었다. 간간히 설명도 해 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인도네시아 친구가 내년엔 한국을 방문한다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에 이어 우리집에서 숙박을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도 해두었다.

사진의 아버지 모습이 지금의 내 나이보다 더 어릴적 모습이다. 지금 나에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해외에서 생활을 하라하더라도 그 외로움과 어려움에 감당을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아버지는 그 어려운 일을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린나이에,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해 내셨다는게 참 존경스러웠다.

막상 사진을 촬영할때는 재미있고 즐겁게 찍었지만, 막상 이 글을 쓰면서 두 사진을 붙여놓고 보니 그 느낌이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도와준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 그리고 아내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5일 동안의 자카르타 일정을 마무리하고 그 다음 일정인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Advanced Open Water를 취득하기 위해서 롬복, 길리트라왕안으로 이동했다.

6 Comments

  1. 정혜란(준규처)

    안녕하세요~ 저는 준규오빠의 안사람 정혜란이라고 합니다. ^^ 준규오빠 통해 말씀 많이 들었고 뵙고 인사드렸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질 못했네요… ㅎㅎ 글을 읽는 내내…참 글을 잘 쓰신다 생각 들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아버지 부분은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도 제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며 감사하게 되었습니다…또한 저희의 작은 호의에 이렇게 크게 고마움을 표현해주시니 그 또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러한 멋진 여행 결정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드리며 아무쪼록 아프지 마시고 몸 건강히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경험하시고 무사히 잘 귀가하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화이팅!!!!!!!!^^

    • neilson

      와우…. 감사합니다. 얼굴도 뵙지 못하고 신세만 지고 온것 같아 죄송하네요.
      모쪼록 준규랑 행복하시고, 세상에 숨쉬고 살아있다면 언젠가는 그 인연이 닿아 직접 뵐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2. 정혜란(준규처)

    아!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이러한 댓글 작성을 허락해주신 저의 인생의 동반자 이준규님께 심심찮은 감사를 드립니다…..

  3. 이춘희

    여행하게된 동기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성진님은 아주 특이하네요. 과거와 현재가 대비된 사진은 가슴 뭉클했어요. 여행기 잘 봤어요. 다음 여행도 궁금해집니다. 내내 건강하길 바라며 ~~

    • neilson

      감사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인연이지만 춘희님을 뵙고 저 역시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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